의사 채용 수요 증가(국내 제약 기업, 바이오벤처, VC, CRO 등)
국내 기업에서 가장 많은 채용이 이뤄지는 곳은 제약회사다. 일반적으로 임상과학 개발(Clinical Science Development)이라는 업무를 실시한다. 이는 현재 LG화학에서 제약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송지은 전 한미약품 부사장(내과 전문의)이 한미약품에서 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하면서 시작된 업무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을 도입해 개발한 뒤 어느 단계에서 다국적 제약회사에 판매하는 업무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의사들이 하는 일은 "GO or NO GO"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제품을 사올지, 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제품을 개발할지, 어디에 팔지, 언제 팔지 등에 대해 최종 결정한다. 과정 중에 제품을 사오는 곳과 임상시험을 하는 곳이 국내보다는 외국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인사를 만나는 것보다 외국에 있는 인사를 상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서 일반적 생각처럼 국내 기업에 가면 외국어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야 한다. 김석란 전 한미약품 이사는 2018년 웨비나에서 "외국계 기업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언어장벽을 한미약품에서 일하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함께 팀을 이뤄 일하게 될 연구원들도 국내에서만 공부한 사람들끼리만 이뤄질 확률이 낮다.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한 Ph.D. 또는 해외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도 함께 일하게 된다. 국내 기업에 입사하는 의사들은 동시에 연구원을 조직원으로 배치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외국계 기업이 입사 초기 대부분 개별 기여자(individual contributor관리 책임 없이 실무에 매진하는 사람)로 움직이던 것과는 다르다. 물론 외국계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 종사자들의 폴로십(followership)이 나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학위 후에 몇 년 동안, 혹은 기업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을 본인 밑에 두고 일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직장을 옮기기 직전 인터뷰에서 병원과의 문화적 차이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부분에서 이 자리에 사람이 필요하고, 회사가 어떤 점을 검증하는지, 그래서 후보자가 그 자리에 어떤 점에서 필요한지 등을 설명하는 국내 기업의 인터뷰는 드물다. 아마도 내부에 아는 사람이 있거나 심지어 아는 사람이 면접관이 아니면 설명을 듣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 기인한다. 인재 영입을 1년에 한 번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재가 필요하다.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 조직적인 필요성이 공유되고, 그 필요성이 몇 명 필요 인재라는 식으로 인사팀을 통해 결정된다. 의사의 필요성도 마찬가지다. 연구개발부터 생산, 그리고 판매까지 모두 한국에서 이뤄지는 만큼 한국 본사에서 모든 과정을 거치고 있다.
폐암신약 레이저 치닙 개발에 나선 유한양행은 내부에 (컨설팅 업체 제외) 2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올해 MSD 판권 수출에 성공한 한미약품에는 3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 현재 회사가 해야 할 일에 비하면 의사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어 의사 채용 움직임이 늘어난 곳이 바이오벤처와 벤처캐피털(VC)이다. 국내 바이오벤처는 국내 제약회사에서 투자를 받거나 공동연구를 하기도 한다. 관 주도 투자가 아니라 VC 주도 투자가 되면서 VC도 많아졌고 바이오 영역에 투자심사역 영입도 적극적이다. 의사들이 있는 VC와 그렇지 않은 VC에 대한 LP(Limited Partner유한책임투자자)들의 평가는 물론 업계 전반적인 평가가 달라 의사들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영입했던 VC의 채용 형태도 크게 달라졌다. 자체적으로 의사들을 영입해 시행착오를 거쳐 각자에게 맞는 평가테스트 과정을 만들어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예를들면,일반적으로특정주제를주면서"이기업에투자하겠는가? 그렇다면 왜 해야 하느냐는 말을 듣고 토론하는 과정도 포함돼 있다.
또 빠뜨릴 수 없는 업무 영역은 CRO와 컨설팅이다.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영역이 활발해지면서 진정으로 이익을 본 회사는 CRO라고 할 정도로 중요해진 곳이다. 일본 국내 제약회사가 고객이 되는 구조이며 임상시험의 기획과 운영에는 이전의 복제약과는 달리 '컨설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경력 있는 의사 영입에 적극적이다. 2019년 LSK글로벌에 유한양행과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나현희 상무(내과 전문의)가 자리를 옮기면서 또 한번 화제가 됐다. CRO는 임상시험을 이해하고 운영하는 경험을 쌓는데 좋은 환경이 된다.
사진=개티 이미지 뱅크 [메디게이트 뉴스] 연초에는 진로를 고민하는 의사들의 비임상 영역 진출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처럼 의사들의 산업군 진출이 적을 때는 정보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지만 최근에는 이미 기업에 진출한 업계 선배들이 직접 강의를 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정보 공유를 하기도 한다. 마음만 먹으면 한두 명만 지나면 업계에 진출한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정보를 획득하더라도 여전히 질문하게 되는 것이 있다. 나는 어떤 기업으로 가야 하나? 뭘 줬어... m.medigatenews.com